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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화적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by KEIhk 2010.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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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후배 녀석들과의 저녁식사 전에 있었던 일이다.

2호선 신촌 지하철 역 6번 출구에서 나오며 곰군에게 3년 전 쯤 빌렸던

이외수 작가님의 산문집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을 돌려주었다.

사실은 이 책을 빌려왔을 때 읽다가 전부 다 읽지 못하고

책꽂이에 꽂아 둔 채 3년이나 지나버렸다.

방 청소를 할 때마다 책꽂이에 놓인 이 책을 보며

어서 빨리 읽은 뒤에 곰군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볼 때마다 곰군이 떠올랐으니 꽤나 불안했다고 해야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매우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

'빌려간 책 혹은 CD, DVD를 (과거에는 노래 테잎도 포함됐었다) 돌려주지 않는 사람'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쨋든 후배들을 만나기에 앞서 이 책을 가방에 넣으며 곰군에게 돌려줄 생각을 하니

몇 년 동안 쌓여있던 체증 같은 것이 사라져 버렸다.

 

이 책을 돌려주자 곰군은 '아 이 책을 형이 빌려갔었구나'라며 반가워했다.

어쩐지 책이란 것은 빌려준 사람은 누구에게 빌려주었는지 쉽게 잊어버리는 법칙 같은 것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돌려준 뒤 나는 요즘의 근황을 간단하게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니 잠깐 한국에 돌아온 뒤 일주일하고 며칠을 더 보내면서 내가 가장 많이 한 일은 도서관과 서점에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보았고 중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최신 한국 드라마를 보았다.

새로 나온 노래들을 들었고 미술관에서는 어떤 작품을 전시해 놓았나 찾아보았다.

결국 시간이 없어 미술관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나는 요즘 문화적 기아에 허덕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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