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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Human KEI

2010년을 돌아보다.

by KEIhk 201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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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2010년의 마지막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책을 읽으며 노래를 듣기로 작정하고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 속에 저장된 최신 유행곡들을 리스트에 넣어 재생을 해 놓고 나서 
최근 조금씩 읽고 있던 오만과 편견을 꺼내 들었다.

이상하게도 이 책은 잘 읽히지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단숨에 읽어나갔다고 하는데 어째서인지 나는 재미가 없고 지루했다.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는 속도보다 귓바퀴를 타고 들어온 유행가의 가사가 더 빨라서였는지
나도 모르게 책을 내려놓고 가사를 흥얼거리며 노래를 듣고 있었다.
제인 오스틴의 책을 이렇게 재미없다고 대놓고 이야기하다니 그녀의 팬이 이 글을 본다면 악성 댓글을 남기고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내 행동에 나도 참 용감하고 버릇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이내 머리를 좌우로 가로 저었다.

난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 일 년을 돌이켜 보았다.
2010년 한 해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중국에서 새 해를 맞이했다.
목단강까지 여섯 시간동안 서서 기차를 타고 간 뒤 여섯 시간만에 돌아오는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하얼빈역에서 몇 달 치 생활비가 들어있는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
중국인의 일반 월급의 몇 달치에 해당하는 산악용 자전거를 샀다.
그리고 그 자전거를 타고 2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여행했다.
장춘에 이사온 친구를 만나러 네 번이나 다녀왔다.
하얼빈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 내몽고로 여행을 다녀왔다.
북경의 자금성를 홀로 거닐었다.
대지진이 있었던 당산에 다녀왔다.
대련 근처에서 살게된 여동생을 만나러 두 번 다녀왔다.
두 번은 개인적인 일로, 두 번은 한국어교육능력시험을 보기위해 한국에 다녀왔다.
처음 한국에 들어온 10일 중, 교통사고를 당해 8일을 입원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서울의 한옥마을, 광화문 광장, 시청 앞의 광장, 청계천, 인사동, 종로 거리 등을 관광을 목적으로 돌아다녔다.
매번 중국으로 돌아갈 때마다 중고 옴니아를 사서 가지고 들어와 친구들에게 전해주었다. 세어보니 서른대가 넘었다.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을 보았다. 그리고 합격했다.

대충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았는데 꽤 많은 일이 있었다.
2010년, 나는 그럭저럭 알찬 한 해를 보냈구나.
2011년은 어떨까?

2011년, 나는 이제 서른이다.
서른 살이 되었다고 달라지는건 하나도 없겠지만 그래도 왠지 특별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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