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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About Human KEI/한국어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by KEIhk 201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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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지난 8월 북경에서 IOA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한 한국어교사양성과정에 참여한 이후로 4개월동안 중국에서 한국을 두 차례 왕복하여 1차 필기시험과 2차 면접시험을 보았습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준비기간과 소요된 많은 비용을 생각하니 이 시험을 단번에 합격한 것이 정말 다행스럽고 기적같은 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궁금할 리 없겠지만 간단히 시험을 본 과정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차 필기시험은 총점 300점 만점에 180점 이상을 얻으면 합격하는 것인데, 다만 네 과목에 과락이 없어야 합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문법이나 발음에 대한 내용은 그 동안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짬짬히 공부해 놓은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과목들에 비해서 조금 쉽게 느껴졌지만, 한국어 교육론과 언어학자들의 교육론들, 한국의 문학과 문화등과 관련된 내용들은 쌓아놓은 기초가 너무 부실해서 과연 내가 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1차 필기시험을 보러 한국에 나가기는 했지만 여유를 두고 나가서 준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두 권의 기출문제집을 3일간 모두 풀어보고 난 뒤 시험 당일 피곤에 절은 몸으로 시험을 치루다가 깜빡 졸기까지 해서 하마터면 문제를 모두 풀지 못할 뻔 했습니다.

아무튼 겨우 시험을 다 보고 난 뒤 다음날 공개된 시험 답안과 내가 풀은 시험의 답안을 비교해보았는데, 주관식 문제의 점수가 얼마나 나올것인지에 따라 시험의 당락이 결정되더군요. 결국 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중국에 돌아가야 했습니다.

중국에 들어와 한국어 수업을 하는 도중에 시험 결과가 공개되어 필기시험을 간신히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 다시 한번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2차 면접시험은 세 명의 면접관의 다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해야 하고,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얻으면 합격입니다.

면접시험에 앞서 면접관들이 어떤 질문들을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면접이란 것을 본 지가 너무 오래 전 일인데다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았지만 도통 시원한 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 나오자마자 교보문고에 들러 어떤 참고서적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면접시험 대비 참고서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서 책의 내용을 며칠동안 반복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책이 있으니 준비할 게 아무것도 없던 때 보다 훨씬 낫더군요.

면접시험 당일, 말끔하게 양복으로 차려입고 시험 시작 시간보다 일찍 시험장에 도착했습니다. 
저보다 앞서 면접을 본 분들이 시험자 대기실에 오셔서 몇 가지 조언을 해 주셨는데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도그럴것이 수많은 면접관들이 하는 질문들이 매번 다르고 일정한 가이드 라인이 분명 있겠지만 그 범위가 방대해서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 중 한가지를 알려준다고 해도 면접관에게 그 질문을 받게 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시험장에 나와 계시던 감독관들께서 시험 전에 주의사항을 알려주시니 잘 따라야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자기소개'를 할 때 '이름'이나 '소속'을 절대 말하면 안 되고 감점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이름이나 소속을 알게되면 친분이 있는 감독관이 좋은 점수를 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짖궂게도 감독관이 '자기소개 좀 해보'라고 질문하기도 한다니 그런 질문에는 잘 대처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질문을 받지는 않았지만 무척 긴장해서 면접관 앞에 앉자 머리속이 하얘지더군요.

몇 가지 일반적인 질문을 받았는데 예를 들면 '왜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라던지 '한국어를 가르쳐 본 경험이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나서 한국어 문법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누군가가 왔다.'라는 말을 형태소별로 분류해 보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ㅂ(비읍)불규칙에 대해서 설명해 보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ㅂ불규칙에 대해서 설명하고 나자 '돕다'는 왜 '도와요'가 되고 '춥다'는 왜 '추워요'가 되는지에 대해 문법적으로 설명해보라는 질문까지 받았습니다.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했는데 그걸 '무엇'이라고 부르냐는 질문에 갑자기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잠시후 머리속에서 떠오른 대답은 '모음동화'였는데, 그것이 확실하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확실하지 않다'라고 대답하고 나와버렸습니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면접장의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모음동화'가 아니라 '모음조화'라는게 퍼뜩 생각이 났습니다.

이렇게 면접을 다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받았던 질문들을 다시금 곱씹어보니 도대체 내가 무슨말을 한걸까, 지금 다시 답해보라 한다면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는데 하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면접시험도 끝나고 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에 또 다시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면접시험 결과도 나왔는데, 이번에도 간신히 합격을 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국립국어원에 자격증 심사를 받는 일인데,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과정이 일원화 되지 않고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군요.
한국에서 처리해야하는 일이 있어서 중국에 일찍 돌아온게 약간 후회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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